- 대웅그룹 계열사 팔고 지주사 지분 5% 이상 확보
- ‘지주사 디스카운트’ 가능성…성장 기대감 반영
- 주가 변동성 큰 기업 주식도 매도…‘수익 실현·리스크 회피’ 목적 커

인터넷 바카라 사이트 주식 등의 대량 보유 상황 보고서 (출처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대웅 주식 등의 대량 보유 상황 보고서 (출처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더바이오 유수인 기자] 국내 증시 ‘큰손’으로 불리는 국민연금공단(국민연금)이 올 1분기 일부 제약바이오 기업들에 대한 지분을 조정하면서 그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최근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에 대한 주식 등의 대량 보유 상황 보고서를 공시했다. 지난 1분기 국민연금의 지분 변동이 있었던 기업은 대웅, 대웅제약, 동아에스티, 올릭스, 진시스템, 인터넷 바카라 사이트 등이다.

국민연금은 ‘5% 이상’ 지분을 신규 매입했거나, 5%를 보유한 상황에서 1%p(포인트) 이상 지분을 사거나 팔았을 때 해당 내역들을 공시해야 한다. 다만 국민연금은 덩치가 크고, 투자가 수시로 이뤄지기 때문에 분기마다 누적된 거래 내역을 한꺼번에 정리해 공시하고 있다.

눈여겨볼 점은 국민연금이 대웅그룹 계열사 중 주요 사업회사인 대웅제약과 신약 개발기업인 인터넷 바카라 사이트 주식은 팔고, 지주회사인 대웅에 대해선 지분을 5% 이상으로 확대했다는 점이다. 앞서 국민연금은 지난 2023년 5월 대웅의 보유 지분을 5%에서 4%로 1%p 축소한 바 있다. 그러나 약 1년 반만인 지난 1월 6일 다시 5%로 확대했고, 이튿날 5241주를 추가 확보하며 지분율을 5.01%로 늘렸다.

대웅제약 임원·주요 주주 특정 증권 등 소유 상황 보고서(위), 인터넷 바카라 사이트 주식 등의 대량 보유 상황 보고서(아래) (출처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대웅제약 임원·주요 주주 특정 증권 등 소유 상황 보고서(위), 인터넷 바카라 사이트 주식 등의 대량 보유 상황 보고서(아래) (출처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반면 계열사인 인터넷 바카라 사이트에 대해서는 지난달 60만6515주를 매도하며 지분율이 직전보고서(10.49%) 대비 1.16%p 감소했다. 현재 지분율은 9.33%다. 국민연금은 대웅제약 주식도 일부 매도했다. 지난 2일 공시된 ‘임원·주요 주주 특정 증권 등 소유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대웅제약 주식 2만4552주를 팔아 0.21%p 낮아진 10.93% 지분율을 보였다.

국민연금이 대웅 지분을 확대한 배경에는 ‘지주사 디스카운트’ 현상이 영향을 줬을 것으로 분석된다. 지주사 디스카운트는 지주사가 사업회사들의 가치 대비 저평가를 받는 현상을 뜻한다. 지주사와 사업회사의 지수 흐름이 유사하더라도 지주사의 절대 주가가 더 낮기 때문에 장기적인 투자 관점에서 저평가된 지주사에 먼저 들어가 시장 재평가를 기다리는 전략을 취할 수 있다. 대웅제약은 보툴리눔 톡신 제제인 ‘나보타’, 위식도 역류질환 신약인 ‘펙수클루’ 그리고 전문의약품 등의 매출 확대로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낸 바 있다.

아울러 대웅 계열사에 대한 성장 기대감도 반영됐을 것으로 보인다. 대웅의 100% 자회사인 대웅바이오는 지난해 8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내며, 2023년보다 32.3% 증가했다. 순이익은 731억원으로 같은 기간 40.8% 늘었고, 매출액은 5796억원으로 13.3% 증가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한 번씩 ‘리밸런싱(자산 비중 조정)’을 하는데, 기관에서 봤을 때 저평가된 곳에 비중을 늘렸다고도 볼 수 있다”며 “제약바이오 산업군에 대해선 미래 성장성에 중점을 두고 투자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대웅도 “대웅과 대웅제약의 주가 트렌드는 같이 움직이지만, 지주사의 주가가 조금 더 낮은 상황”이라며 “하지만 원료의약품을 생산하는 대웅바이오가 연매출 6000억원 기업으로 성장했고, 최근 위탁생산(CMO) 사업 등으로 외연을 확장하고 있어 (국민연금 투자 배경에) 이 점이 반영된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인터넷 바카라 사이트의 경우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후보물질인 ‘HL161(개발코드명, 성분 바토클리맙)’의 임상3상에서 1차 평가지표를 충족시켰음에도 주가 하락이 이어지고 있어 국민연금이 수익 실현 및 리스크 해소 차원에서 지분 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인터넷 바카라 사이트는 지난달 20일 발표한 ‘바토클리맙’의 중증 근무력증 글로벌 임상3상 톱라인(Top-line) 결과 주평가지표를 달성했다고 공시했다. 그럼에도 이날 인터넷 바카라 사이트의 주가는 16.24% 급락했다. 해당 임상3상은 인터넷 바카라 사이트가 미국 파트너사인 이뮤노반트와 진행했다.

국민연금은 주가 변동성이 컸던 동아에스티, 올릭스, 진시스템의 지분도 1%p 이상 처분했다. 올릭스의 경우 직전 보고서 대비 16만1328주를 처분해 지분율이 5.10%에서 3.78%로 1.32%p 낮아졌고, 진시스템은 직전 보고서 대비 6만7699주를 처분해 지분율이 7.11%에서 6.08%로 1.03%p 하락했다.

유전자치료제 신약 개발기업인 올릭스는 지난 2월 다국적 제약사 일라이릴리에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MASH) 치료제 후보물질을 기술이전한 바 있다. 올릭스는 기술이전 계약 체결 공시 이후 3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진시스템은 지난해 말 인도 정부와 약 295억원 규모의 진단 장비 및 키트 공급 계약을 체결해 올 1분기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다.

동아에스티 또한 직전 보고서 대비 3만7286주를 처분해 국민연금의 지분율이 1.03%p 감소했다. 2월 4일 기준 지분율은 6.81%다. 동아에스티는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인 ‘이뮬도사’의 미국·유럽 상용화로 기대감을 높였지만, 주가는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1월 초 6만원대던 주가는 3월 말 4만원대로 하락했는데, 이는 미국발 의약품 관세 부과 추진 등 외부 요인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밖에도 국민연금은 올해 경영권 분쟁을 해소한 한미약품과 혈액제제인 ‘알리글로’의 미국 상용화에 나선 GC녹십자 등에 대해서도 거래를 이어갔다. 임원·주요 주주 특정 증권 등 소유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한미약품 주식에 대한 매입과 매도를 반복하면서도 10%대 지분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작년 말 기준 10.53% 지분을 보유하던 GC녹십자 지분은 장내 매도를 통해 2월 20일 9.95%로 낮아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제약바이오주에 대한 국민연금 투자가 늘고 있다. 과거에는 제약주가 비교적 파도 없이 움직였기 때문이라면, 지금은 성장성을 보고 진행하는 모습”이라며 “(투자가 확대될 수 있도록) 업계가 힘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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